누구나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한번쯤 ..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이별을 겪기도 한다.

 

 이별이란,겪을때마다 그 감정의 깊이와 짙음이 달라
 여러번을 겪어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잔인한 감정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그 잔인한 감정을 이겨내기 위해 이별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간다.
 미친듯이 다른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정신을 잃을때까지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다.
 아픈 이별 앞에서 아무일 없는듯 태연히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

 

 사랑을 할 때마다 사랑의 깊이가 다르듯 이별 역시 그렇다.
 아픔의 깊이는 만나온 기간에 비례하는것도 아니요, 추억에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사랑과 같이 이별 역시 극히 주관적인 감정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조제와 츠네오의 사랑, 그리고 이별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려나가는 이 영화는
조제가 장애인이란 사실 때문인지 "일본판 <오아시스>" 라고 알려져 있기도하다.
 
 영화를 판단하는 것은 개개인의 자유겠으나,
 나는 이 영화를 "장애인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 부르는것이 참으로 못마땅하다.
 영화를 보면 조제가 장애인으로 등장하는 것은 단지 영화의 메세지를 좀 더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 사용한 하나의 소재에 불과하다는것을 금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 어떤 영화보다 "사랑하는 남녀의 감정의 변화 "
 즉, 시간이 갈수록 옅어지는,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쥐어짜는 감정대신 담담한 어조로 풀어나간다.



츠네오와 조제의 사랑은 특별하지 않았다.
츠네오는 조제를 장애인이 아닌 사랑스러운 한 여자로 바라보았고 ,
조제 역시 츠네오의 관심을 "동정"이 아닌 "사랑"으로 한껏 받아들인다.

 

세상밖으로 나오길 무서워하는 조제를 위해 츠네오는 유모차로 함께 산책을 해주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보고 싶었다던 조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호랑이를 보러 간다.
조제가 정성들여 만든 폭신폭신한 계란말이와 함께 맛있는 아침을 대접하고 큼지막한 생선을 구워 함께 나눠먹기도 한다.

소소하지만 아기자기한 사랑의 일상..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는 설레이는 사랑 뒤, 변해가는 사랑의 감정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간다.
이렇다할 전개없이 조금씩 변해가는 일상이 오히려 잔인할 정도다.

 

터널안 불빛을 신기해하는 조제에게 귀찮다는듯 소리지르는 모습.
조제의 망가진 유모차를 고치지 않고 지나치는 모습..
가족들에게 조제를 소개하려 데리고 가다 결국 집에 가지 못하는 모습까지 ..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천천히 변해간다.
영화에서 보여주는것은 변해가는 츠네오지만 조제 역시 그렇게 변해갔으리라.. 

 

영화는 조제가 좋아하는 사강의 소설 <한달 후 일년 후>의 인용을 통해 그들의 미래를 암시한다.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헤어지던 날.츠네오는 말한다.
 "이별의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아니 사실은 한가지다. 내가 도망친것이다" 

 

도망친 츠네오도, 혼자 남겨진 조제도 ..
제각기의 방법으로 이별을 극복해간다.

 

츠네오는 다시 만나는 옛 여자친구와 함께 길을 걷다
서럽게 한참을 울어버린다.
사랑의 변한 안타까움, 미안함, 아름다운 추억..그의 눈물의 의미는 아마도 여러가지 였을것이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헤어지고도 친구도 남을 수 있는 여자도 있지만 조제는 아니다.;
조제를 만나는 일은 다시는 없을것이다 "

 

 



홀로 남겨진 조제 역시, 이별을 극복해 나간다.
혼자서도 다닐 수 있는 전동 휠체어로 장을 보고,
츠네오와 함께일때 처럼 커다란 생선이 아닌 1인분의 생선만을 구워 혼자 밥을 먹는다.

예전의 흐트러진 모습이 아닌 단정하게 머리를 묵은 조제는
담담한 표정으로 1인분의 생선을 말없이 굽는다.







이별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방법은 쉽지 않다.
나 역시 그랬고, 누구라도 그럴것이다.

츠네오가 떠나고1인분의 생선을 말없이 굽는 조제의 표정은
문득 4년전 그 날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김영모 선생님의 책을 펴놓고 밤새 정신없이 쿠키를 구워내던 그 때의 나를 ..
( 다음날 아침, 잔뜩 쌓여져 있는 비스코티와 초코쿠키를 보고 깜짝 놀라시던 엄마의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 )     

 

 

<변하지 않는것은 없다>는 명제는 참 받아들이기 힘든 명제다. 
어쩌면 정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특히나 사람의 마음.. 그 중에서도 남녀간의 사랑이란 더더욱..

 

하지만 사랑할때 만큼은 모두들 꿈을 꾼다.
변하지 않을거라는 꿈..
비록 언젠간 깨질지언정 세상 그 무엇보다 달콤한 아름다운 꿈을..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점점 이별이 두려워진다.
그래서 난 오늘도 꿈을 꾼다.
변하지 않을거라는 꿈 .. 다신 이별따윈 없을거란 달콤한 그 꿈을 말이다.

 

 

 

                                                                                            글,사진,편집 : 레카미에 (rimi.kr@gmail.com
                                                                                                원문 :  요리사이트 리미 (  http://www.rimi.kr/6277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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